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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제도를 후진적 행태로 운용하게 되면…

 

  이른바 ‘상시 청문회법’이 여야의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재의요구권)행사까지 거론되고 있는 판국이다. ‘의회독재’ ‘국회독재’의 가능성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물론 국회를 통과한지 며칠도 지나지 않아 ‘거부권’에 ‘재개정’까지 거론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는 또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 볼 과제다. 새로 시작되는 제20대 국회의 개원을 앞두고 우리가 착잡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는 것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 때문이리라.
   ‘상시 청문회법’의 공식명칭은 국회법 개정안이다. 국회법 제65조에 규정된 ‘청문회’에 관한 조항을 고친 개정안이 통과돼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길래 그러는가? 기존의 국회법 65조는 “①위원회(소위원회를 포함한다,이하 이 조에서 같다)는 중요한 안건의 심사와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에 필요한 경우 증인·감정인·참고인으로부터 증언·진술의 청취와 증거의 채택을 위하여 그 의결로 청문회를 열 수 있다.②제1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법률안의 심사를 위한 청문회의 경우에는 재적위원 3분의 1이상의 요구로 개회할 수 있다. 다만, 제정법률안 및 전부 개정법률안의 경우에는 제58조6항의 규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65조는 이 밖에도 ③~⑧항까지를 규정하고 있다.

 

오·남용의 여지 만든 ‘소관현안 조사에 필요할 때’ 추가

 

  문제는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65조(청문회)를  조항의 경우“①위원회(소위원회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는 다음 각 호의 경우 증인·감정인·참고인으로부터 증언·진술의 청취와 증거의 채택을 위하여 그 의결로 청문회를 열 수 있다. 1.국정감사 및 국정조사에 필요하다는 위원회의 의결이 있은 때 2.법률안의 심사를 위하여 필요하다는 위원회의 의결이나 재적위원 3분의 1이상의 요구가 있은 때(단,제정법률안 및 전부개정법률안의 경우에는 제58조제6항을 따른다) 3. 법률안 이외의 중요한 안건의 심사나 소관현안의 조사를 위하여 필요하다는 위원회의 의결이 있은 때”로 개정했다. ③~⑧항까지는 현행을 그대로 유지했다.
달라진 것은 위의 “3. 소관현안의 조사를 위해”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개정한 항목이다. 이 조항이 오·남용될 경우 행정부를 마비시키고, 국정혼란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는 게 행정부와 여당의 반론이다. 엄밀히 말하면 종래의 국회법에서는 법안 심의와 국정조사 등이 필요할 때만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돼 있던 것이 ‘소관 현안’으로 대상을 넓혀 입법권의 오·남용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인 것이다.

 

“의회독재 위험성 높다” vs “일하는 국회상 정립”

 

 헌법학자 출신인 정종섭 새누리당 국회의원 당선인은 “국회법 제65조에서 새로 도입한 현안조사 청문은 행정부, 사법부 기능을 억압할 가능성이 높아 ‘의회독재’, ‘국회독재’를 가져올 위험성이 대단히 높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는 자칫  "국가기능 자체가 와해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시했다. 행정부의 시각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의 이른바 ‘거부권 행사’라고 하는 입법 재의요구권을 발동할 것인지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그런데 한 가지 의아스러운 점은 이번 국회법 개정안이 느닷없이 돌출적으로  국회 본회의에 제출된 법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잘 알려진 대로 이 법안은 정의화 국회의장 주도로 만들어진 법이다. 좀 더 자세한 경과를 살펴보면 정 국회의장은 2014년 의장 취임 후 의장 직속으로 ‘국회개혁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기서 논의된 내용을 그해 11월20일 국회운영위원회에 제시해 논의토록 했었다. 국회 운영위는 2015년 7월9일 ‘국회운영제도개선 소위원회’가 마련한 국회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국회운영위 안으로 가결했던 것이다. 그 안이 논란 속에 계류돼 오던 것이 이번 19대 국회 마지막본회의에서 가결된 것이다.
 이와 관련 정의화 국회의장은 25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상임위 청문회 활성화 부분을 두고 일부에서 '행정부 마비법'이라는 비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하고  "행정부가 국민의 편에 서서 올바르게 일하라고 만든 법을 '귀찮다' '바쁘다'는 이유로 반발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며  "과거 일부 청문회에서 나타났던 부정적 측면만 강조해 정책 청문회 활성화 자체에 반대하는 것 또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다.'는 식의 회피성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 의장이 지적한 대로  “지난 2년간 국회에서 논의될 때 행정부가 의견 개진을 할 수 있었는데 그때는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거부권 운운하는 것은 감정 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일리가 있다.

더구나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새누리당 의원 대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부 비박계의원들이 야당의 찬성에 합세해 통과됐다는 점은 새누리당의 또 다른 치부가 아닐 수 없다.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하는 새누리당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20대 국회는 여소야대(與小野大)로 짜여졌다. 소관 현안이라면 어떤 문제라도  야당 주도의 청문회가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여당인 새누리당과 정부의 긴장감은 극에 달 할 수밖에 없다.

 

국정 현안 직접 점검… 다양한 의견 수렴과 행정부 견제

 

 물론 앞서 짚어 본 대로 국회법 개정안이 느닷없이 제기된 것이 아니라 국회 제도개혁 차원에서 다뤄진 것이고, 좋은 의미에서는 ‘일하는 국회상’을 정립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어서 악법이라고만 치부할 일은 못된다.
그렇다고 박수로 환영할 법안만도 아니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분명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공존한다. 우선 국민들이 불안해하거나 의혹이 난무한 사안들에 대해 청문회 개최를 통해 보다 명확한 실체 규명이 가능해질 수 있다. 국회의 행정부 감시 기능이 확대되고 국정감사의 비효율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반면 사사건건 청문회가 열리면 국정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우려도 없지 않다. 청와대와 여당이 ‘행정마비법’이라며 즉각 재개정돼야 한다고 반발하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가 겪어본 지금까지의 한국 의회의 ‘수준’에 비춰보면 ‘행정 마비’가 아니라 ‘국정은 물론 기업경영까지 마비’시키지 않을지 걱정이다. 그간의 청문회 경험을 되돌아보면 정책당국자는 물론 기업 최고경영자, 특히 재벌이라 불리는 대기업 총수들을 국회로 불러들여 망신을 주거나 압력을 가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청문회법 개정으로 틈만 나면 재벌총수들을 불러 윽박지르게 된다면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임은 너무도 분명해 보인다.

 

정략적·당파적 차원 떠나 절제된 운용이 관건

 

 원칙적으로 청문회의 활성화는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 국민을 대신하는 국회가 중요한 현안을 직접 점검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 행정부를 견제하는 기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절제된 제도 운용이 아니라 정략적이고 당파적인 차원에서 운용된다면 국가적 혼란을 초래할 것임은 너무도 분명하다.
그동안 우리는 국회가 보여준 온갖 추태와 비능률을 절실하게 경험해왔다. 좋은 취지의 ‘상시청문회법’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어떻게 운용되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천양지차를 보인다. 방금 통과된 법을 행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다시 재개정해야 한다는 논의는 그 자체로 바람직하지는 못하다.
국회도 이제는 변할 때가 됐다. 야당이 “남용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우리는 믿을 생각이 추호도 없다. 그러나 야당은 정말 각오를 새롭게 다짐해야 할 것이다. 지난 4.13 총선의 민의가 무엇이고, 어떤 심판을 내렸는지를 똑똑히 목격했을 것이다. 높아진 민도(民度)와 다양한 국민 의견을 국회가 충실히 수렴해 ‘일하는 국회’의 도구로 청문회를 활용하기 바란다. 자칫 정쟁만 격화시키며 국민의 짜증을 더하게 한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 올지는 자신들이 더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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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5-25 11:39:33 최종수정 2016-05-25 11: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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