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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3당 체제의 의미와 과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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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4월14일 14시01분

작성자

  • 김형준
  • 배제대학교 인문사회대학 석좌교수(정치학),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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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를 구성 할 4․13 총선이 끝났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이변이 일어났다. 새누리당이 충격의 참패를 당하며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제1당 지위마저 상실한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졌다. 2000년 총선이후 16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 진 것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이변 

 분명, 이번 총선은 ‘새누리당 참패. 더불어 민주당 완승, 국민의당 대약진, 정의당 패배’로 요약된다. 그런데 이번 선거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3당 체제가 구축된 것이다. 국민의 당이 호남 28석 중23석을 석권하고, 서울에서 2석, 정당 투표에서 26.7%의 득표로 비례대표 13석을 획득해 총 38석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1996년 총선에서 김영삼 대통령의 신한국당(139석), 김대중 총재가 이끈 새정치국민회의(79석), 김종필 총재의 자민련(50석)이 3당 체제를 만든지 20년만의 일이다. 

1995년 1월 집권당인 민자당을 탈당해 김종필 총재가 만든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은 1996년 총선에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충청에서 28석 중 24석(92.3%), 신한국당의 텃밭이었던 대구․경북에서도 10석을 차지했다. 경기 5석, 강원 2석 등 호남과 제주 지역을 제외하고 전 지역에서 당선자를 내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렇게 형성된 3당 체제는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김종필(DJP)연대로 이어져 34년 만에 야당에 의한 정권교체를 이루는 초석이 되었다. 

 

안철수 대표는 총선 전에 “3당 체제가 되면 우리는 싸우는 국회가 아닌 일하는 국회를 만들 것이다”면서 “절벽에 매달려 있는 한국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여소야대, 그것도 야당이 제1당이 된 상황 속에서의 3당 체제는 그동안 한국 정치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정치 실험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정치사적 의미와 과제를 살펴보자.


 패권적 양당 구도의 ‘식물 국회’ 벗어날 듯

 첫째, 의회 운영에서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 올 것이다. 

국민의 당이 고비 고비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런 조짐은 지난 2월 상법·세법·공정거래법 등 관련 규제를 한 번에 풀어주고 세제·자금 등의 지원을 골자로 하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개정에서도 드러났다. 법안을 반대하던 더 민주를 압박해 통과시켰다. 

 국회법 제33조(교섭단체) ①에 따르면, “국회에 20인 이상의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은 하나의 교섭단체가 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또한, “위원회에 각 교섭단체별로 간사 1인을 둔다.”(국회법 50조 ①항)고 되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회법 제5조의2(연간 국회운영 기본 일정 등) ①항이다. “의장은 국회의 연중 상시운영을 위하여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의 협의를 거친다”고 되어 있다.

 

 이런 국회법 규정에 따라 모든 국회 의사일정은 원내 교섭단체들 간의 합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패권적 양당 구도체제에서는 여야 중 어느 한 쪽이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않으면 국회가 파행되는 기형적 구조를 갖고 있었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국회가 5개월간 법안 하나 통과시키지 못한 것이 그 예다. 신3당 체제는 잘못된 합의의 덫에 빠져 있던 국회의 변화를 가져 올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변화와 개혁을 기치로 내건 중도 개혁 성향의 국민의 당이 제3정당이기 때문에 분명 식물국회로 점철됐던 19대 국회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국민의당의  진보-보수 균형추 역할 기대

둘째, 국회의 이념적 양극화 해소를 위한 물꼬를 터야 한다. 

국회의원들의 이념적 양극화가 심화되면 진영의 논리에 쉽게 빠지게 되고 그것이 국회 파행의 요인이 되었다. 19대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은 과거에 비해 정당 별 이념적 거리가 매우 뚜렷해졌고 정책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도 뚜렷한 이념적 차이를 보였다. <그림 1>에서 보듯이, 16대 국회에서 정상 분포(normal distribution)를 보였다가 제17대 국회부터 이념의 분포가 커지고 있음이 발견된다. 이를 분석한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제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의 입성, 탄핵으로 인해 많은 신진세력의 등장, 그리고 정당 간 정책을 둘러싼 의견이 뚜렷한 차이를 보인 것이 원인이다”고 설명한다. 18대 국회는 ‘보수 편향 국회’로 평가되며, 19대 국회는 ‘진보-보수의 양극화 국회’였다.  20대 국회는 어느 한쪽이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민의 당이 균형추 역할을 할 것이다. 안철수 대표는 줄곧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고 말했다. 20대 국회에서 국민의 당이 경제와 인보와 관련 된 법안들에 대해서는 새누리당과 더민주 사이에서 스윙 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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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와 타협, 상생과 상호존중’의 생산적 불문율 조기정착

셋째, 새로운 의정(議政)문화가 만들어 질 개연성이 커졌다. 

모든 사회와 조직에는 행동 규범이 있는 데, 성문화된 법만이 아니라 불문율(informal rule)이 영향을 준다. 의회 불문율이란 의회 과정에서 의원들의 행위를 규제하는 성문화되어 있지 않은 행동 규범이다. 이와 같은 불문율은 의회 과정을 질서 있게 조작해 주는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의회 정치의 제도화는 의회 기능이 활성화, 다변화, 효율화되는 과정인 데 이를 위해서는 생산적인 불문율의 발달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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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의회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는 미국 정당과 의회에서는 크게 초선의원의 수습기간에 대한 불문율(apprenticeship), 선임자 특권에 관한 불문율(seniority rule), 상호호혜에 관한 불문율(reciprocity rule), 의원 상호 예의에 관한 불문율(the rule of personal courtesy), 의원 긍지에 관한 불문율(institutional patriotism), 의정업무에 관한 불문율(the rule of legislative work) 등의 다양한 수평적 불문율을 갖고 있다. 

 

특히, 미국 의원들은 대통령제하에서 의회의 본질적인 기능은 여야 구별 없이 행정부를 견제하여 궁극적으로 국정 운영의 안정을 가져오는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반면, 한국 의원들에게는 이러한 상호 호혜적․수평적 관계에 대한 인식이 부재하고 국회와 정당은 지시․복종의 수직적인 불문율만을 갖고 있다. 결과적으로 상호 존중보다는 상호 비난의 불문율이 형성되어 있다. 한국 의회가 거듭나기 위해서는 대화와 타협, 상생과 상호예의와 같은 생산적 불문율을 조속히 만들어 가야 한다. 특히,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서 의원들의 자유 투표(cross voting)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 국민의 당이 이끄는 3당 체제는 이런 생산적 불문율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이런 주장의 이면에는 정당 체제보다 정당 운영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정당 체제보다 정당 운영이 더 중요

일반적으로 정당체계란 “정당들 상호관계의 정형화된 구조로 개별 정당의 단순한 산술적 집합이 아니고 개별 정당들의 행위에 의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특정한 정당체제가 형성된 이후에는 하나의 독립된 구조로써 정당정치에 일정한 규정력을 가지게 된다.” 이태리 정치학자 사르토리Giovanni Sartori)는 정당의 수와 이념을 기준으로 삼아 정당체계를 유형화했다. 균열의 정도에 따라 ‘합의적 정당체계’(consensual party system)와 ‘분열적 정당체제’(polarized party system or fragmented party system)로 구분했다. ‘합의적 정당 체계’란 정당간의 균열 및 대립구도가 심하게 표출되지 않는 경우이다. 따라서 국가의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서로 다른 정당 구성원들 간의 대화와 타협이 용이하고, 당론보다는 의원 개인의 자율성이 보장된다. 반면, ‘분열적 정당체계’란 정당 간 대립구도가 이념, 세대, 지역 등으로 확연하게 구분되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서로 다른 정당 구성원들 간의 배타성이 심화되고 의원 개개인의 자율성보다는 당론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한국의 경우, 87년 민주화 이전에 정당 간 대립구도는 정당이나 정당정책 또는 이념 대결이라기보다는 민주 대 반민주의 대립 구도로 파악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정당 간 지역 분할 구도가 현격하게 표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한국의 정당체계는 마치 봉건시대의 영주를 연상케 하는 각 지역의 상징적 인물이 확고한 지역적 기반을 바탕으로 정당이 구성되었다. 이전의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가 퇴색되고 그 자리를 지역주의가 차지하는 이른바 지역 패권 정당체제가 조성되었다. 


정치적 편의 따라 야권 통합이나 연대는 ‘몰락의 길’

이러한 체제하에서 정당들은 이념과 정책과는 상관없이 권력 창출을 위해 때로는 경쟁하기도 하고 연합하기도 했다. 만약 국민의 당이 호남 지역주의에 편승해 차기 대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목적으로 ‘분열적 정당체제’로 몰고 갈 경우, 미래는 없다. 1996년에 형성된 3당 체제는 DJP 연대를 통해 정권교체에 성공했지만, 2000년 총선에서 제3정당인 자민련은 몰락했다. 총 17석을 얻는 데 그쳐 원내교섭단체지위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런 제3정당 자민련의 실패가 주는 교훈은 크다. 국민의 당이 더민주보다 의석 수는 적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호남 지지와 확장성을 앞세워 야권 통합을 주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당 구도'가 보다 더 큰 차원의 정계 개편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3당 체제를 이런 정치공학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면 결국 거대 제1야당으로 흡수된 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패권적 양당 체제를 타파하기 위해 창당된 국민이 당이 정치적 편의에 따라 야권 통합이나 연대에 몰입하면 그것은 망하는 길로 접어드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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