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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점으로 돌아온 Brexit : 무엇이 문제인가? ⓶ 1·2단계 협상과 주요쟁점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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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5월01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05월01일 14시41분

작성자

  • 신용대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前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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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3. 영국, EU와의 Brexit 협상추진 내용

 

영국은 EU에 탈퇴통지를 하기 전인 2017년 1월 17일 메이 총리의 연설을 통해 Brexit에 대한 기본방침을 제시하였다. 이는 탈퇴 절차의 개시에 앞서 정부의 방침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야당인 노동당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영국의회는 2016년 12월 초 정부가 기본 방침을 밝히는 것을 전제로, 2017년 3월말까지 탈퇴 절차를 시작하는 연기일정에 동의를 찬성 다수로 가결하였다. 이 시점에서는 뒤에 설명하는 바와 같이 탈퇴 이후 영국의 대EU 관계를 둘러싸고, 노르웨이와 스위스처럼 단일시장 접근을 중시하는 '온건한 탈퇴(soft Brexit)'를 지향하는지, 또는 EU로부터의 이민 제한과 EU예산에 기여 회피를 우선하고 단일시장에 접근이 제한되는 ‘강경한 탈퇴(hard Brexit)’를 지향하는지가 주목을 끌었다.

 이는 강경한 탈퇴냐 온건한 탈퇴냐에 따라 영국의 미래 대외관계(통상)정책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탈퇴 협의에 대한 EU측의 입장은 단일시장의 4대 이동 자유화 원칙(노동 · 상품 · 서비스 · 자본)이 핵심사항이어서, 그 일부를 제한하는 것은 "원하는 것만 얻기(cherry picking)" 위한 것으로 간주하여 불허하려는 입장이며, 이와 같은 입장은 지금까지도 일관되게 주장되고 있다.

 

영국과 EU 양측의 입장에 차이가 분명한 가운데, 영국은 2017년 3월 29일 리스본조약 제50조 규정에 따른 EU탈퇴를 EU측에 통보함으로서, 2016년 6월 국민투표로 확정한 탈퇴를 위한 협상을 EU측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영국은 2년 시한의 협상을 마무리하고, 2019년 3월 이후 EU를 탈퇴하는 일정이었다. 당시 영국이 EU에 보낸 서한에는 영국의 EU탈퇴 추진과정, 영국정부의 협상 원칙 등이 포함되었다. 영국은 EU와의 협상을 포괄적인 단일협상 추진, 협상과정의 투명한 공개, 영국과 아일랜드 간의 특수관계 유지노력, FTA협상 우선 진행 등을 강조하였다. 

메이 총리는 EU탈퇴로 영국의 자주권을 강화하는 한편, EU와의 긴밀한 관계 유지, EU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서 더 큰 기회를 만들어 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에 대해서 EU측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서 EU는 영국이 탈퇴 이후에도 EU의 긴밀한 동반자로 남길 희망하며 탈퇴조건에 관한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할 것을 언명하였다. 

 

EU가 주도한 1단계 협상, 국경문제는 차후 과제로 남겨

 

2017년 6월 영국과 EU의 탈퇴협상이 진행되었고, 2017년 12월 8일 영국과 EU양측이 1단계 탈퇴협상에 합의하였다. 협상의 1단계에서는 시민의 권리, 청산금, 북아일랜드 문제 등을 중심으로 협의하고 다음과 같이 합의가 이루어졌다(<표 1> 참조). 

 

첫째, 영국과 EU 시민의 권리보호이다. 기본적으로 영국의 탈퇴 이후에도 영국과 EU 양측의 시민은 현재의 권리를 유지할 수 있고, 또한 동일한 권리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융커 EU집행위원장은 메이 총리와의 회담 이후 회견에서 "시민은 (영국의 탈퇴 이후) 지금까지와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영국의 EU탈퇴 완료 전까지 합법적으로 영국, EU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과 그 가족은 권리 보호의 대상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둘째, 영국의 EU탈퇴에 따른 청산금 문제이다. EU회원국이 분담하는 예산은 영국의 탈퇴로 체불되는 부분을 부채로 EU가 청산을 요구하고, 영국은 EU회원국으로 합의한 재정부담을 이행할 것을 확인했다. 청산금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의 7년간의 EU예산 범위를 고려하여 영국이 탈퇴 이후 2019년, 2020년의 2년간에 대해서 지불의무를 부과하였다. 청산금액은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언론 보도에 근거하는 경우, 400~450억 유로 규모로, EU에서 요구하는 600억 유로에 가까운 금액이다. 청산금의 지급 결정은 탈퇴협상의 최종 단계까지 연기된다.

 

셋째, 남·북아일랜드 국경관리는 영국이 해당지역의 역사적 배경과 그 특수성을 인정하여 엄격한 국경통제(hard border) 조치를 배제하고 현상을 유지하도록 합의하였다. 영국은 EU탈퇴 이후에도 남·북아일랜드의 국경관리를 현행대로 (자유이동을) 유지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1단계 협상기간 내내 고심하였다. 북아일랜드 국경문제는 메이 정부에 협력하여 영국과의 일체성을 중시하는 북아일랜드 지역정당인 민주통일당(DUP)을 고려하여 구체적인 방안을 2단계 협상에서 "미래 관계"의 협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차후의 과제로 남겼다.

 

영국과 EU가 1단계 협상을 마무리하고, 2017년 12월 8일 EU측의 융커 EU집행위원장은 영국의 메이 총리와 영국의 EU탈퇴협정 협상과 관련하여 EU측이 "1단계(탈퇴협정) 협상"으로 자리매김한 협상에서 "충분한 진전"이 있었음을 확인하였다. 이어 2017년 12월 14~15일에 개최된 EU정상회의에 "충분한 진전을 보였다"고 결론을 내린 권고안을 제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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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보아 1단계 협상은 EU가 주도하고 영국이 이를 수용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루어  졌다. 이는 영국이 교섭과정에서 정부내 강경파와 온건파간의 의견대립으로 인하여 일관된 입장의 정리가 어려웠고, 2019년 3월 29일 탈퇴시한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경우(no deal) 영국의 EU법 정지로 경제에 커다란 혼란이 예상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반영된 결과이다. 

 

2단계 협상, 이행기간 설정과 미래관계 통상협정 준비 합의

 

영국은 EU와 2018년 벽두부터 Brexit 2단계 협상을 본격화하였다. 2단계 협상에서는 1단계 협상을 통해 EU 탈퇴조건에 대략적인 합의를 하였기 때문에, 영국의 EU 탈퇴 이후 이행기간 설정과 자유무역협정(FTA) 등 미래의 통상협정의 틀에 대해서 논의하였다. 이는 12월 15일 영국을 제외한 27개국 EU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2단계 협상 승인 및 협상지침이 마련된 결과에 따른 것이다. EU정상회의가 제시한 2단계 탈퇴협상의 기본지침은 <표 2>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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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2단계에서 EU는 영국의 EU탈퇴에 따른 혼란을 피하고 질서 있는 탈퇴를 위해서 이행 기간의 존치 필요성과 해당기간동안 영국이 지켜야 할 의무조항을 명기하고, 나아가 미래관계의 협상에서 영국과 긴밀한 관계구축을 강조하였다. 

 

첫째, 1단계에서 합의한 모든 약속이행이 2단계 협상의 조건임을 명시하였다. 이행기간 동안 영국은 EU의 법체계(the Union acquis)를 따라야 하는 동시에, 탈퇴한 이후 EU기관에 대표를 보내거나 또는 선임될 수 없으며, EU의 기관·회사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권리를 상실한다.

 

 둘째, 영국은 탈퇴협정의 일부인 이행협정에서 명기한 기한을 준수해야 한다. 단일시장 전반에 적용되는 규칙이나 EU기관들에 의한 법규의 변경은 영국에도 적용된다. EU사법재판소의 권한을 포함한 모든 기존의 EU규제·예산·감독·사법·집행에 관련된 수단이 적용된다. 영국은 이행기간 동안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 남아서 EU의 무역정책에 따른 관세체계를 적용한다.

 

 셋째, EU집행위원회는 EU가 영국과의 긴밀한 연계 구축을 희망하고 있음을 재확인한다. 미래관계협정은 영국의 EU탈퇴 이후 최종합의하고 체결할 수 있다. 

 

영국의 대응은 EU보다 늦게 시작되었다. 영국은 2018년 6월 EU탈퇴법을 제정하였다. 이어 7월에는 메이 총리가 재화부문에 한해서 EU공통규칙을 적용하고 서비스부문은 제외하는 내용 등을 담은 Brexit 백서(Chequers Plan)를 마련하였다(<표 3> 참조). 재화부문 특별 대우는 남·북아일랜드 사이에 물리적 국경의 설치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Brexit 백서는 ‘soft Brexit’ 전략으로, 영국이 EU를 탈퇴하더라도 교역관계 등에 있어서 EU와 최대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안을 포함하였다. 메이 총리가 내외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부의 Brexit방안을 마련하였지만, 북아일랜드 문제를 둘러싼 각료들과 여당인 보수당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 데이비스 EU탈퇴부 장관을 포함하여 여러 장관들이 사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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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Brexit 협상은 2018년 9월 비공식 EU정상회의, 10월 EU정상회의에서 북아일랜드 국경문제의 해결방안에 양보도 진전도 없었다. 합의 없는 탈퇴(no-deal Brexit)의 위험성마저도 예상되는 분위기가 이어져 왔다. 그러나 2018년 11월 13일 영국과 EU의 탈퇴협상이 극적으로 마무리되고 탈퇴협정(Withdrawal Agreement)안과 미래관계에 관한 정치협정이 마련되었고, 이어 11월 15일 영국 각의에서 승인되었다. EU측도 2018년 11월 25일 EU정상회의에서 탈퇴협정에 서명하였다. (탈퇴협정안 합의 이후 논의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서 연재).

 

금융서비스 포함 FTA 등 미래관계는 이행기간 중 논의

 

영국과 EU의 Brexit 2단계 협상은 짧은 협상기간으로 인하여 양측이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여 효율적인 결과를 도출할지에 대한 우려가 깊었었다. 아울러 2단계 협상의 핵심인 이행이간을 얼마나 둘 것이며, 또한 미래 통상의 틀인 FTA협상에서 재화와 (금융)서비스의 자유화를 어느 수준까지 인정하느냐가 협상의 주요 쟁점이었다. 이를 부연하여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협상기간이 촉박하여 효율적인 협상 결과가 도출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였다. 탈퇴협상의 2단계 진입이 공식적으로 승인된 것은 큰 전진이지만, 2019년 3월 29일 탈퇴 일까지 당시 14개월밖에 남지 않았고, 더욱 EU는 2018년 10월 협상의 마무리를 통해 EU 및 회원국 의회의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자칫 협상에서 아무런 합의도 없이(no deal) 협상이 결렬될 수도 있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투스크 유럽이사회 상임의장(EU대통령)은 회원국 정상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2단계 협상이 "시간과의 치열한 경쟁이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였다.

 

둘째, 이행기간이 얼마가 될지에 대한 논의이다. EU측은 2018년 1월 29일 각료이사회에서 이행기간 협상을 위한 협상지침을 결정하였다. 이행기간의 설정은 원칙적으로 양측이 필요성을 인정하였다. 이는 양측이 아무런 협의 없이 영국이 EU법 체계에서 벗어나는 경우 야기될 수 있는 법률적 공백에 따른 산업계의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영국은 탈퇴 이후 2년의 이행기간을 주장한 반면, EU는 2019년 3월 29일 탈퇴 이후부터 2020년 12월 31일까지 1년 9개월(21개월)로 한정을 주장하였다. 이행기간 동안 영국은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잔류하며, 영국은 EU법 체계 안에서 EU의 사법재판소 관할 아래 놓이는 상황을 전제로 하였다. 

 

셋째, FTA 등 미래관계에 대한 실질적인 협상은 영국이 EU를 탈퇴하고 이행기간 동안에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였다. 다만 EU가 협상지침에서 영국과 사전 예비협의에 들어갈 것을 인정하고 있다. 북아일랜드 국경문제는 FTA협상과 병행해서 앞으로 계속 협의하게 된다. 영국이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간에 물리적 국경(hard border) 철폐를 EU와의 1단계 협상에서 합의하였지만, EU법체계에서 벗어나려는 영국보수당내 강경파의 반대로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웠다. 

 

종합적으로 보아, 영국은 Brexit협상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조율된 의견을 가지고 EU와의 협상에 나서지 못하였다는 평가이다. 영국의 메이 총리는 2017년 6월 총선에서 자신이 이끄는 보수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북아일랜드 지역정당인 민주통일당(DUP)과의 협력으로 간신히 과반수를 넘긴 구심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1단계 협상을 진행하였다. 2단계 협상 과정에서도 영국은 EU탈퇴 방향을 놓고 강경파와 온건파와의 첨예한 대립이 잦았다. 더욱 영국 하원은 2016년 12월 13일, EU탈퇴법안(Great repeal bill)에 EU와의 최종 합의 이전에 영국 의회의 승인을 얻도록 요구하는 수정법안을 찬성 다수로 가결하였다. 이는 정부의 의사에 반하는 형태로 여당인 보수당으로부터도 동조하는 의원이 나왔음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메이 총리의 대EU협상에서의 운신의 폭이 좁아졌으며, EU탈퇴 최종 합의안이 내용에 따라서는 의회에서 승인이 쉽지 않음을 이미 예고하고 있었다. 

 

4. 협상의 주요 쟁점(1) : 영국의 정책방향, hard Brexit와 soft Brexit사이의 갈등

 

영국의 탈퇴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되면서, 가장 뜨거운 논점은 과연 영국이 EU와의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탈퇴하여 EU와 관계를 단절하고 “기존의 틀과는 다른 고유모델”을 제시하는 ‘hard Brexit’을 선택할지, 아니면 단일시장접근 등 EU와 일정한 관계를 유지하는 ‘soft Brexit’을 선택하는지였다. 메이 총리는 EU잔류를 지지한 온건파이지만, 2016년 10월 초 영국보수당 전당대회에서 2017년 3월 말까지 EU와의 탈퇴절차를 개시할 것과 EU역내시장 접근을 희생하더라도 이민억제 등 EU로부터 영국의 완전한 주권회복을 언급하여 사실상 ‘hard Brexit’ 성향을 보여 당시 영국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이후 메이 총리의 입장은 보수당내의 강경파와 온건파 간의 대립과정에서 Brexit에 대한 확고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리스본조약 제50조에 의한 탈퇴통지 시한을 2017년 3월 말 이전으로 언급했지만, ①단일시장 접근유지와 사람의 자유이동에 관한 절충점은 어디인지, ②영국이 관세동맹을 탈퇴해 EU와의 무역관계를 완전히 차단하는지에 대한 합의도 영국 내부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정부가 마련한 정책 방향에 대해서 영국의회의 확실한 지지를 얻지 못하여, 결국 EU와의 협정안을 마련한 이후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였다.

 

그 배경으로 당시 Brexit를 둘러싼 영국 정부안에서 의견대립을 지적한다. 즉, 메이 총리를 포함한 23명의 각료 중 16명이 EU 잔류지지, 7명이 탈퇴지지로 잔류파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나, EU와 Brexit 협상담당 주요장관들은 모두 EU탈퇴 강경파들이었다. 강경파는 단일시장 접근을 희생해서라도 이민 제한과 국경관리실시, EU역외와 무역관계 강화, EU규제와 부담금을 거부하는 동시에 조기 EU탈퇴 통보와 2년 이내에 협상을 종료하는 적극적이며 강경한 'hard Brexit'를 주장하였다. 반면 잔류파는 일정한 이민 제한과 기존의 틀과 다른 "영국 고유의 모델"을 추구하되, 단일시장(금융서비스 포함) 접근을 최우선시하며, 철저한 Brexit준비 기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EU규제와 부담금 수용 등 EU탈퇴에 신중한 접근과 가능하다면 EU에 잔류하는 "soft Brexit"을 주장하였다. 메이 총리는 이러한 두 진영의 대EU 협상 전략을 내부적으로 충분히 조율하지 못한 상태에서 EU에 탈퇴 통보를 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5. 협상의 주요 쟁점(2) : 영국이 생각하는 새로운 통상관계의 틀은?

 

영국이 EU로부터 탈퇴한 이후 양측은 과연 어떤 통상관계의 틀을 유지할지 매우 궁금하다. EU와의 협상과정에서의 영국의 정책방향이 과연 hard Brexit일지 또는 soft Brexit일지에 따라서 통상 및 대외관계의 큰 그림이 그려지겠지만, 지금까지 영국이 이에 대한 확실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향후 영국의 선택을 여러 가지 대안 모델을 통해 살펴본다.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영국은 Brexit이후 어떤 통상관계 모델을 설정할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 영국은 EU와의 관계에서 EU가 경제통합과정을 통해서 형성한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 접근하는 방식의 “유럽형 모델”과 기존의 EU시장접근을 가능케 하는 통상관계 모델을 참고하되, 기존의 틀과는 다른 고유의 “앵글로색슨형 모델” 사이에서 선택이 이루어지는 것을 가정할 수 있다. 다만, 영국 내부적으로 합의를 이루는 절차가 필요하다. 유럽형 모델과 앵글로색슨형 모델 양자가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 어느 모델이 우월하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유럽형 모델은 단기적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앵글로색슨형은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장점을 최대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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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필자 작성

 

그동안 영국은 EU와 새로운 협약을 체결하여 회원국 자격을 대신할 새로운 통상관계의 틀이 될 모형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기존의 틀과 다른 고유모델”을 만드는 과정에서 참고가 되는 모델로는 EU가 노르웨이, 스위스, 캐나다 등과 체결한 다양한 방식이 거론되었다(<표 4> 참조). 따라서 이하에서는 EU가 체결한 2국간·다국간 협정을 살펴보고 영국이 선택할 수 있는 유럽형 통상모델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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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노르웨이 방식 : 노르웨이는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과 함께 EFTA(유럽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하고, EU준회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유럽경제지역(EEA)를 형성하고 있다. EEA에 가입하는 경우, 영국은 경제 이외의 내무·사법 협력과 공동 외교안보정책에 참여하고, 농업·어업의 공통정책은 제외된다. 이외에 경제 분야에서는 무관세로 역내시장접근이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노동자의 자유이동 등 EU규정의 준수가 계속 요구되며, EU재정도 부담해야 한다. 반대로 EU규정의 제정 등 의사결정과정에는 참여할 수 없고, 통관 등의 비관세장벽도 높아 탈퇴 후 혜택도 누릴 수 없다. FTA를 통해서 EEA에 들어가지 않는 선택도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단일시장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은 불가능하며, 스위스처럼 분야별 쌍무협정의 체결이 필요하다.

 

② 스위스 방식 : 지난 20년간의 쌍무협정은 총 120건 이상에 달해 매우 번잡하다. 재정부담은 40%로 감소되지만, 의사 결정 참여에서 배제된다. 게다가 영국수출 비중이 큰 서비스 분야는 대상에서 제외 되어 금융서비스에 타격이 크다. EU측도 스위스 방식은 환영하지 않고 있다. 이는 EU의 정치적·법적 결정의 총체인 공동체 확장영역(acquis communautaire)이 기능하고 있는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하기 때문이다. 

 

③ 터키 방식 : EU가입 준비 단계로서 1995년에 EU는 터키와 관세동맹을 맺었다. 터키는 EU의 대외공동관세를 받아들이고 EU규정을 준수한다. 터키는 재화부문에서는 무관세로 단일시장 접근이 가능하지만, 서비스, 농업, 공공조달은 제외되며,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  이 방식에서는 영국의 무역자주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④ 캐나다 방식 : 2014년 체결한 EU·캐나다 FTA(CETA 포괄적 경제·무역협정)는 관세 제거율이 99%에 달하고, 상품 이외에 서비스의 시장 접근을 보장한다. 비관세 장벽의 철폐, 투자 보호에 대한 일반적인 규칙적용 외에 공공조달과 지식재산권, 핵심 농산물의 지리적 표시 등이 포함된다. 이주노동자의 수용의무도 없고, EU재정의 부담도 없다. 탈퇴파의 저항이 낮고, 메이 총리가 초기에 밝혔던 탈퇴협상 조건에도 일치한다. 그러나 협상시작부터 체결까지 5년, 준비기간을 포함하여 10년이 걸렸다. 금융서비스부문을 협상하는 것도 추가적인 부담이 된다. 

 

⑤ WTO 내에서의 단독 방식 : 탈퇴협상이 타결되지 않고, 또한 EU회원국의 만장일치에 의한 협상기간의 재연장이 앞으로 안 되는 경우, 또는 탈퇴협정안이 수용되었지만 이행기간동안 미래관계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영국과 EU와의 특별한 통상관계가 사라진다. 이 경우 영국은 WTO의 규칙에 따라 교역을 하게 되어, EU의 재정부담과 노동자의 이동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게 된다. 하지만 단일시장 접근은 EU의 대외공통관세의 대상이 되며, 서비스의 자유로운 접근도 기대할 수 없다. 이외에 비관세 장벽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영국이 솔선하여 세계를 향해 관세철폐를 하지 않는 한 무역 축소와 소득저하를 피할 수 없다. 영국은 향후 역외 무역에서 EU가 쌓아온 60여 건의 FTA/EPA협정에서도 제외된다. 영국은 장기간에 걸쳐 역외국과 새로운 개별통상협정을 맺어야 한다. 

 

종합적으로 보아, 위에서 설명한 어느 경우에도 EU와 영국 모두가 만족하기는 어렵다. 영국이 앵글로색슨의 고유모델을 선호하더라도, 영국은 단기적으로라도 기존 EU와의 협력의 틀인 유럽형 모델 범위 안에서 통상관계를 정립해 갈 것을 가정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기존 모델을 검토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EEA에 가입을 전제로 하는 노르웨이 방식과 쌍무협정에 의한 스위스 방식은 사람의 자유이동과 EU규제의 수용 및 EU예산 분담 등으로 EU 탈퇴의 장점이 크게 줄어든다. 둘째, 경제적 측면만 본다면 캐나다 방식(CETA)이 고려될 수 있다. 영국은 "EU-캐나다FTA+++"(EU-캐나다FTA에 추가하여 금융서비스도 포함하는 방안) 방식을 선호하지만, EU는 영국과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자유무역협정의 체결은 가능하지만, 금융서비스 분야만의 단일시장 잔류는 어렵다고 본다. 경험적으로 볼 때, 협상 시작부터 체결까지 10여 년의 기간도 문제가 된다. 자칫 형식에서는 EU탈퇴, 실제로는 EU잔류라는 모양새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 셋째, 새로운 대안으로 2016년 EU가 우크라이나 등과 체결한 맞춤형 협력협정(Association Agreement)에 대한 논의도 있다. EU가 추진하는 4대 이동 자유화 원칙에서 노동부문을 제외한 상품, 서비스 및 자본의 자유이동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영국의 이해에도 부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Michael Emerson, Which model for Brexit?, CEPS Special Report, No. 147 / October 2016). 

 

영국이 EU와의 미래관계를 위한 새로운 협정체결에 있어서 유럽형의 기존의 통상협력의 틀에 만족할지, 또는 메이 총리가 언급한 “기존의 틀과 다른 고유모델”인 앵글로색슨형을 만들기 위해 영국이 낮은 법인세율과 국제교역 중심지로서의 이점을 활용하여 홍콩, 싱가포르와 유사한 경제구조를 구축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앵글로색슨형을 구축할 많은 개연성도 있지만, 이 경우에는 장기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조속한 협상을 통해서 자유주의 시장경제질서를 더욱 공고히 하여, 글로벌 경제가 상생하는 방안을 찾기 위한 영국 내부의 합의가 필요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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