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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는 생명이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4월22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04월22일 11시45분

작성자

  • 박인주
  • 생명존중시민회의 상임대표, 국민대 석좌교수, 전 대통령실 사회통합수석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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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태아는 생명인가? 어떤 이는 태아는 당연히 ‘생명이다’라고 할 것이고, 또 어떤 이는 수정 후 몇 주가 지나야 생명이라고 대답 할 것이다. 태아의 생명권을 강조하는 진영이 있는가 하면,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진영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11일, 1953년에 제정된 낙태죄(형법 제269조, 제270조)에 대해 7:2로 헌법불일치 판정을 하였다. 비록 위헌 판정으로 낙태죄는 사라지게 되었으나, 낙태 담론은 국내적, 국제적으로 찬·반 논쟁이 계속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찬성과 반대 세력 상호간에 공감대 형성이 되지 않는 가운데  지속적으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김민지, 2018).

 이 글에서는 1990년대 이후 꾸준히 논의 되어온 낙태죄 유지 찬반에 대한 양측의 논리를 살펴보고,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생명존중 차원에서 낙태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는데 의미를 두고자 한다. 

 

먼저 낙태죄와 관련된 법 조항들을 간단히 살펴본다. 세칭 낙태죄로 일컫는 형법 269조와 270조는 1953년에 제정되어, 지금까지 66년간 유지해 온 법률이다. 그 내용을 보면, 자기 낙태죄로 불리는 형법 269조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를 하면, 징역 1년 이하나 벌금 200만 원 이하에 처하는 것이고, 형법 270조는 동의 낙태죄 조항으로 의사가 임부의 동의로 낙태를 실행할 경우, 낙태를 실행한 의사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법률이다. 이 낙태죄 법률, 형법 269조와 270조의 제정 근거는 우리나라 헌법 10조에 기초하고 있다.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 추구권,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 확인과 보장할 의무를 형법으로 제정하였고, 이는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 해석, 적용한 것이다. 

 

 헌법 제10조, 형법 제269조, 270조 외에 낙태와 관련 된 법으로 모자보건법이 있다. 모자보건법은 1973년 2월에 제정되었고, 1986년 5월 전문 개정과 2015년 12월 개정을 통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모자보건법은 모성과 영유아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 된 법률로 제14조 1항에 임신중지 예외조항을 두어, 인공 임신중절 수술의 허용 한계를 명시하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 장애나 신체질환, 전염성 질환, 강간 또는 준 강간에 의한 임신, 혈족 또는 친족 간의 임신, 모체의 건강을 해칠 위험이 있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 본 헌법 10조, 형법 269조와 270조, 모자보건법 제14조 1항을 참고하여 낙태죄 유지와 폐지에 대한 쟁점과 향후 보완하여야 할 생명 관련 정책을 제안한다. 

 낙태죄 폐지와 유지에 대한 쟁점은 크게 보아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간의 법철학에 근거한 법 논리 다툼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종교, 윤리적 견해와 사회적 요청에 대한 견해(김재윤, 2013)가 추가되어 논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에 대한 쟁점을 살펴보면, 첫째는 태아의 생명권에 대한 해석 차이이다. 태아의 생명권은 어느 시점부터 인간 생명으로 보느냐? 는 견해, 즉 발달논적 생명론과 직결되는 것으로 수정부터냐? 착상부터냐? 수정 후 14주냐? 22주냐? 24주이냐? 등이 논쟁거리다. 이에 대해 종교적 견해는 수정 혹은 착상부터 생명이라는 논리로 태아 생명권을 주장한다. 

 

둘째,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견해 차이이다. 김현철(2015)은 자기 결정과 자기결정권은 다르다는 전제하에 자기결정권에 대한 법철학적 차원을 세 가지로 정리하였다. 자기 결정권의 주체, 자기 결정권의 행사, 자기 결정권에 대한 승인이다(김현철, 2015). 누가 자기 결정권을 보유하는가? 어떻게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가? 자기결정권에 대한 승인 권한은 어디에 있는가? 낙태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과도하게 침해당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의 기본적 인권 차원에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여성에게 있고,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낙태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태아는 수정과 착상으로부터 바로 개체성을 갖기 때문에 모체가 모체의 일부로 보고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은 잘못 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의 쟁점은 태아는 언제부터 생명 혹은 개체성을 띠며, 태아는 여성의 일부인가? 아닌가? 로 논쟁이 확장된다. 한편 낙태 찬성논자들은 국가가 여성의 삶의 핵심인 재생산 조절 능력, 즉 임신을 조절하는 행위, 낙태에 개입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주장한다(김용화, 2013).

 

 필자는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가 폐지되더라도 모자보건법 14조 1항에 예외 조항이 있는 만큼, 낙태는 가능한 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명존중 차원의 관점에서 4월 11일 헌재 위헌 결정(낙태죄 폐지)이후 보다 구체적으로 낙태를 줄일 수 있는 방안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낙태 문제를 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 동안 낙태 문제를 보는 관점, 즉 낙태는 임산부 개인의 문제로 보고 접근 하였다면, 이제는 관점을 전환하여 낙태 문제는 낙태를 할 수밖에 없는 사회경제적, 사회문화적 요인으로 해결책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있는 여성의 출산, 육아에 대한 국가의 책임성 강화 등이다. 

 

둘째, 한 사람의 생명은 전 지구보다 무겁고, 또 귀중하고도 엄숙한 것이다(대법원 판례, 1963.3.28. 선고 62호 241 판결). 귀중하고 엄숙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낙태 관련 의사결정의 합리화를 서둘러야 한다(이은영 외, 2010), 즉 낙태 상담 절차와 규정을 제정해야만 한다. 낙태 상담 절차를 규정으로 제정하여, 낙태 전에 낙태에 대해 심사숙고 할 수 있는 숙려 시간을 두게 되면, 낙태 예방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낙태 관련 의사결정의 합리화에 대한 제도는 독일, 영국, 호주, 뉴질랜드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고, 상당한 실질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경우도 낙태 전 상담 절차를 법으로 의무화 하여 생명 존중의식의 고양과 낙태 예방의 실질적 효과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한 낙태 감시 위원회, 낙태상담기관 지정, 낙태 상담 전문가 양성 및 교육 등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낙태 관련 의사 결정의 합리화와 동시에 모자보건법 제14조 1항의 낙태 허용 기준을 손질하여야 한다. 이미 미국, 일본, 독일, 스위스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회, 경제적 사유를 낙태 허용 기준에 포함하여야 한다. 물론 사회, 경제적 사유를 매우 구체적으로 기술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출산, 육아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을 강화하여야 한다. 

  필자는 생명의 본질인 침해 불가능성, 포기 불가능성, 변경 불가능성이란 가치(이재명, 2017)를 전제로 낙태 문제 해결을 위해 낙태를 보는 관점의 전환, 낙태 관련 의사 결정의 합리화, 낙태 허용 기준의 손질 등을 제안하였다. 이어오고 이어가는 인류역사는 물질도 아니고, 마음도 아닌, 생명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참고 문헌

1.김민지(2018). 낙태 담론과 낙태 합법화 추이, 문화와 사회, 26(1)

2.김재윤(2013). 합리적 낙태 규제 방안: 낙태는 자유인가 살인인가? 입법정책 17(2)

3.김용화(2013). 낙태죄와 낙태권의 소고, 가천법학, 6(4)

4.김현철(2015). 자기결정권에 대한 법철학적 고찰, 법학논집 19(4)

5. 이은영 외(2010). 낙태 관련 의사 결정의 합리화 : 각국의 낙태 상담 절차와 규정, 한국의료법학회지 18(1)

6.이재명(2017). 인간의 존엄과 생명가치에 대한 법적 판단의 문제. 중앙법학,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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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4월22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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