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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의 실패가 경제·외교 등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최근에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인사 실패일 것이다. 만사(萬事)이어야 할 대통령의 인사가 망사(亡事)가 되고 있음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을 통해 벌써 수차례나 확인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년도 안 된 상황에서 도덕성 등에 흠결이 드러나 낙마한 장차관급 후보자는 11명. 이런 저런 결격 사유로 국회에서 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지만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후보자는 13명이다. 문 대통령의 인사 실패는 그가 적폐정권으로 낚인 찍은 박근혜 정부 4년 2개월의 기록(낙마자 11명, 청문 보고서 채택 없는 인사 강행 10명)을 능가한다.

 

 청와대와 여당인 민주당은 청문 보고서 채택 불발과 관련해 한국당 등 야당의 정치공세 탓이라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통령이 내놓은 장관급 후보자들이 도덕성 등에서 큰 하자가 없다면 야당이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을 리 없고, 정치공세도 취하기 어려울 터여서다. 청와대와 민주당의 야당 탓은 ‘청문 보고서야 채택되든 말든 내 갈 길을 간다’는 대통령의 무리한 임명 강행과 오기 인사를 정당화하려는 술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실패엔 패턴이 있다

 

 문 대통령의 인사 실패는 ① 코드와 이념을 우선시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런 편협한 기준 때문에 인재를 널리 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와도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은 ‘우발적 사건’이라며 “북한의 사과와 상관없이 5.24조치(한국의 대북 독자제재)는 해제돼야 한다”거나, 북한군이 금강산에서 저지른 우리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해 “어차피 겪어야 할 통과의례”라고 하는 등 국가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헛소리를 한데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저질 발언으로 인격의 문제까지 지적받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코드 인사의 대표적 사례다. “김연철 후보자 내정은 (대통령이) 미국과 관계없이 한반도 정세를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한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의 발언은 코드와 이념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집착이 얼마나 강한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② 코드와 이념의 좁은 풀(pool)에서 고른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의 허술한 검증은 대통령의 인사 실패를 더욱 더 부각시킨다. 얼마 전 자진사퇴한 국토부장관 후보자가 집을 세 채나 보유한 사실, 대통령의 지명철회로 귀결된 과학기술정통부장관 후보자가 두 아들을 미국으로 ‘호화 유학’ 보내고, 아들 졸업식에 맞춰 공무 출장을 가서 졸업식에 참석한 일 등을 파악하고서도 버젓이 장관감으로 내놓게 한 청와대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의 엉터리 검증이 대통령의 체면을 구기지 않았던가.

 

 이런 일이 있었는데도 대통령은 또 다시 문제가 많은 인물을 장관급인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판사 출신인 이미선 후보자다. 그는 사법부의 주류로 자리 잡은 국제인권법 연구회 발기인을 지냈다. 대통령이 중시하는 코드에 맞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는 청문회에서 난타를 당했다. 판사 출신 변호사 남편과 함께 재산의 85%인 35억 원을 주식에 투자했고, 수상한 주식 거래를 여러 차례 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정 회사의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해당 회사와 관련된 재판을 맡은 걸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문제투성이였다.

 

 청와대는 그런 흠결들을 알고서도 문제 삼지 않았고 하니 도대체 청와대는 무슨 생각으로, 무엇을 검증하는지 궁금하다. ‘우리 편인데 웬만하면 문제 삼을 필요가 없지 않나. 설사 결함이 드러나서 국회에서 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대통령이 그냥 임명할 수 있으니 걱정할 게 없다’는 오만한 생각을 하기 때문은 아닌지 따져 묻고 싶다.

 

 대통령이 고위직 후보자들을 지명할 때마다 청와대의 검증 소홀이 드러나는 데도 조현옥 인사수석이나 조국 민정수석 입에선 ‘책임’이란 말 한마디도 나오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들을 감싸고 있으니 여론은 더 싸늘해지고, 야당의 공세는 한층 사나워 지는 것 아닌가.

 

 ③ 인재 발굴의 편협성과 청와대의 엉성하고 안이한 검증으로 인사 실패가 확인됐는데도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는 문 대통령의 밀어붙이기는 여론을 악화시키고 정치적 갈등을 증폭시킨다.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하든 말든, 청문 보고서가 채택되는 말든 내가 임명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행동하는 문 대통령의 모습에선 ‘책임윤리’의 실종과 오기와 오만의 그림자가 읽힌다. 인사 실패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시정 거부는 자신의 이미지를 훼손할 뿐 아니라 국회 입법을 통해 추진되는 주요 정책의 동력까지 떨어뜨린다. 야당의 반발이 크면 할수록 국회는 심각한 마비 상태에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① 코드인사 ② 검증 소홀 ③ 임명 강행으로 대표되는 문 대통령의 인사 패턴은 대통령과 여권 전체에 독(毒)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대통령과 청와대, 민주당은 그걸 모르는 것 같다. 계속되는 실패에서 어떤 교훈도 얻지 못하는 집권 측에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다. 따라서 대통령의 인사 실패를 다소나마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정치권은 연구할 필요가 있다. 제도가 좋다고 해서 대통령의 인사 실패가 없는 것은 아니나 제도에 변화를 줘서 대통령의 인사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면 연구해서 채택하는 것이 정치의 순기능 아닌가. 

 

 커지는 청문회 무용론, 그러나 고칠 방법은 있다

 

 대통령이 ①→ ②→ ③의 코스를 밟는 통에 인사청문회 무용론은 확산될 대로 확산된 상태다. 4월 9일 열린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이 “청문회에서 어떤 의혹이 제기되고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문 대통령은 임명할 텐데 우리가 청문회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자조적으로 말했을 정도다.

 

 인사청문회는 장관급 고위직에 지명된 후보자가 해당 공직을 수행할 수 있는 업무능력과 전문성, 그리고 도덕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국회가 검증하는 시스템이다. 대통령의 인사에 문제가 없는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로 하여금 따지게 해서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인 미국의 제도를 차용한 우리의 인사청문회는 미국에 비해 미흡한 점이 많다. 미국에선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 공직자 1200여 명에 대해 상원에서 인사청문회를 하고 인준(임명동의안 표결)을 한다. 장관 후보자 뿐 아니라 차관·차관보 후보자, 대사 후보자들도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한국에선 63개의 고위직 후보자에 대해서만 청문회를 한다. 그 중 국무총리·헌법재판소장·감사원장·대법원장·대법관 후보자, 국회 추천 몫의 헌법재판소 재판관·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에 대해서만 국회가 표결로 임명동의안을 처리한다. 나머지 고위 공직은 국회 인준 대상이 아닐 뿐 아니라 국회의 청문 보고서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만인 자리다. 미국에 비하면 인사청문회의 기능이 한참 떨어지기 때문에 한국의 경우 대통령이 인사할 때 국회를 의식하는 정도나 긴장감도 떨어진다. 

 

 미국의 경우 고위 공직 대상자들에 대한 검증이 매우 치밀하게 이뤄진다. 후보군에 오른 이들을 상대로 한 검증 서류도 많고, 그들이 직접 기술해야 할 항목도 많다. 연방수사국(FBI)과 국세청(IRS) 등은 이들의 진술 내용과 과거를 철저히 조사한다. 면접 조사도 진행한다. 백악관은 통상 3개월가량 걸리는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통과한 이들을 고위 공직 후보자로 지명한다. 백악관은 인사청문과 인준을 담당하는 상원에 검증 관련 자료들도 넘겨준다. 자신 있게 검증했다고 생각해서다. 대통령의 고위공직 후보자 지명 이후 낙마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도 도덕성 검증이 철저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상원 인사청문회에선 후보자의 도덕성을 따지는 필요가 거의 없고, 정책과 비전에 대한 검증(소위 정책검증)이 이뤄진다. 미국 청문회가 진지하고 차분하게 진행되는 이유다. 

 

 국회 인준 대상에 내각의 장관 후보자와 4대 권력기관장 후보자 포함시켜야

 

 한국이 미국의 모든 것을 따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청문회 무용론을 잠재우고 대통령에게 긴장감을 줘서 도덕성 검증 등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우선 내각을 구성하는 장관 후보자나 국가정보원장·검찰총장·국세청장·경찰청장 후보자 등 4대 권력기관의 책임을 맡을 사람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을 표결로 처리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런 방안이 도입되면 대통령은 인사를 훨씬 신중하게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내놓은 후보자가 국회 인준이란 관문을 통과하려면 국민 눈높이에 걸맞은 도덕성을 지녀야 할 터, 청와대의 검증은 훨씬 까다로워질 것이다. 대통령으로선 훌륭한 사람을 고르고 검증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게 될 것인 만큼 ‘인사 스트레스’가 커질 순 있다. 하지만 인사 실패로 인한 스트레스는 그 보다 더 클 것이므로 궁극적으론 대통령에게 약이 될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고위직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제도의 확대를 ‘불편한 변화’로 여기고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여권이 계속 집권한다는 보장은 없다. 지금의 야당이 정권을 잡아서 문 대통령처럼 코드 인사와 부실검증을 한다고 가정해 보라. 청문 보고서 채택 여부와 무관하게 장관급 후보자들을 임명한다고 생각해 보라. 그런 상황에 처하고서야 법을 바꾸자고 한다면 ‘당신들이 여당 할 때 뭐라고 했나’라는 핀잔만 듣지 않겠는가. 

 

 여당이 야당이 되고, 야당이 여당이 될 수 있는 게 민주주의의 원리임을 생각한다면 여야가 주저할 이유가 없다. 여당이 먼저 그렇게 바꾸자고 한다면 기득권을 내놓는 것처럼 보일 테니 국민이 박수를 보낼 것이다.

 

 국회 인준 대상이 아닌 후보자의 경우 청문 보고서 채택 의무화해야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는 대상을 확대할 경우 나머지 고위직 후보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이들에 대해선 국회 청문 보고서 채택을 의무화하는 게 좋지 않나 싶다. 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 역시 대통령에겐 불편한 일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대통령이 인재 선택과 검증에 보다 만전을 기하게 될 테니 결국은 대통령에게 득이 될 것이다. 

 

 대통령이 고위직 후보자 인사청문 요청서를 국회에 보낼 때 청와대의 검증자료(후보자의 프라이버시와 직결된 내용은 제외)를 함께 주는 방안도 검토할 만 하다. 국회가 청문 준비를 하면서 후보자의 과거나 도덕성, 전문성 등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청와대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자료 제출 여부를 둘러싼 여야의 소모적인 정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국회에서 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그리고 대통령이 청문 보고서 채택 여부를 무시하고 인사권을 행사할 때마다 청문회 무용론은 고개를 든다. 그러나 청문회는 꼭 필요한 제도다. 그게 없었을 때를 생각해 보라. 대통령이 멋대로 인사를 하지 않았던가. 대통령 인사에 어떤 제동도 걸 수 없지 않았던가. 청문회란 제도가 있기에 국회와 언론이 후보자들의 과거와 도덕성에 대해 비록 불충분하다 하더라도 관련 자료를 살펴볼 수 있고, 문제가 있는 것을 국민에게 알릴 수 있지 않은가. 

 

 그러니 청문회 제도를 고쳐서 더 잘 써먹는 방안을 찾는 게 옳다. 그 해법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중요한 것은 정치권의 의지이고 결단이다. 필자가 제시한 몇 가지 방안에 대해 청와대나 여당은 ‘노(No)’라고 할 것이다. 대통령의 인사권에 큰 제약을 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그건 단견이다.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제약이 강화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바람에 대통령의 인사가 잘 되고 실패가 줄어들면 누가 가장 큰 이득을 보는가. 대통령이 인사에 실패한 경우가 적어져서 야당과의 갈등이 줄어든다면 또 누가 이득을 보겠는가. 대통령과 여당 아닌가. 여당과 야당의 처지가 선거를 통해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래서 여야가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한다면 서로에게 좋고, 국민에게도 좋은 제도를 채택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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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4-15 17:05:00 최종수정 2019-04-15 10: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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