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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의 정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4월04일 17시01분
  • 최종수정 2019년04월04일 14시02분

작성자

  • 유연채
  • 前 KBS정치부장,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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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무용론까지 나오지만 여전히 쓸모가 있는건 그래도 <내로남불>을 확인하는데 있는것 같다. 문재인 정부 3년차를 이끌 장관후보들을 검증하는 이번 청문회만큼 민얼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적이 없다. 한두번도 아니고 왜 이런 얼굴들을 계속 심판대에 올릴까? 설마 국민들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일까? 여권 일각에서 조차 그 사람들 밖에 없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결국 대통령이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를 지명철회했다. 대통령이 스스로 후보를 거둔것은 이 정부들어 처음이라는 의미가 부여됐다. 당연하고 마땅한 조치일진대 마치 대통령의 용단처럼 보인다. 다른 한명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은 옹색하게도 스스로 물러났다는 형식을 빌렸다. 대통령이 최초로 인사실패를 자인한 셈이지만 파장을 최소화 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사실상의 인사참사라는데 아직까지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다. 책임질 일이 없단다. 대통령은 물론 인사수석도 민정수석도 아무 말이 없다. 다만 청와대를 대변하는 국민소통수석이 나서 무어가 문제냐는 식의 해명을 내놨다. 언론 때문에, 야당의 공세 때문에, 국민정서에 걸려드는 바람에 아까운 후보를 잃은양 한다. 외국에 사는데 후보아들이 외제차 타는건 당연하지 않느냐, 포르세,벤츠 3500만원 밖에 하지 않는다면서 언론에 반박해 보라한다.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가 집 세채 있는게 흠인지 모르겠다,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교통전문가라서 추천된 것이라 한다. 참으로 국민의 눈높이를 모르는 해명이다. 청문회 밖에서 터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상가 26억 올인투기는  열받은 여론에 기름을 부은 화룡점정 이었다. 노후자금 확보라 했다. 시세차익이 생기면 밥한번 쏘겠다며 떠났다. 문재인 정부는 ‘살지 않는집은 제발 파시라’며 그토록 매섭게 투기와의 전쟁을 벌였지만 정작 내부자들은 부동산의 귀재요 달인이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임기 3년차를 맞는 이 시점까지 문재인 정부는 인사(人事)로 가장 큰 불신을 받고 있다. 사람을 쓰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며 취임때부터 문 대통령은 천하의 인재를 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인사는 상식이고 만사(萬事)라고 했는데 정말 신기할 정도로 문제 많은 사람들을 꼭꼭 찍어올린다. 국민들도 이제는 고개를 흔들고 혀를 찬다.이번에도 왜 꼭 이들이냐는 말이 나왔지만 할사람이 없다한다. 그래도 그들이 그중 낫다 는데 그야말로 천하에 왜 사람이 없을까? 정말 쓸만한 사람이 그렇게 없는지‘ 사람이 먼저인나라’ 대한민국을 모욕하는것 처럼 들린다.

 

그들만의 사람,이른바 캠코더(캠프/코드인사/더불어 민주당)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람을 찾기에 인재가 없는거다. 그들마저 이젠 고갈된것이다. 7대 배제원칙에 걸려도,국민눈높이에 어림없어도 내곁에 꼭 두어야 할 사람이라면 임명을 강행하면 되는 것이기에 검증은,시스템은 밖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아닌것이다. 청문회 보고서 채택없이 그렇게 장관자리에 앉힌것이 이제 열명선에 이를 전망이다. 청문회에서 어려움을 겪은 분이 내각에 와서는 일을 더 잘한다는 면죄부까지 주어온것에 비쳐보면 이번에 지명철회 한명이 나온것은 보통의 결단이 아니었을성싶다. 무엇보다 코앞에 보궐선거가 닦쳤기에 민심이반을 걱정했을것이다. 두명이나 희생시켰으니 나머지 후보는 건드릴 생각 말라는 경고도 물론 담았을 것이다.  

 

이 정부 출범의 의미를 압축한 열쇠말(key word)은 평등/공정/정의다. 그러나 지금 기회와 과정과 결과가 그렇게 가고 있는지를 자꾸 반문하게 한다. <내로남불>을 한두번 본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야권이 공격하면 너희들도 그러지 않았느냐로 반격한다. 촛불정부는 그렇게 말해서는 안된다. 그러지 말라고,반듯한 나라 만들어 달라고 촛불혁명이 전정권을 탄핵시키고 새정권을 준것 아닌가? 그런 변화와 혁신이 보이지 않기에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이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지난해 6월 여당 부산시장과 경남지사를 뽑아준 PK민심이 불과 10개월만에 크게 돌아선 것이 무슨 의미인자,어떤 신호인지를 잘 읽어야 한다. 자신을 돌아보지 않으면 답이 안나온다. 

 

그런데 여전히 남탓이다. 출범당시 80%대를 유지한 국정운영 지지율이 반토막이 난것을 놓고 그 주범(?)을 20대남자들로 지목했다. 교육을 잘못받은 탓이라며 청년들을 열받게 만들었다. 이번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젊은이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한마디로 황금의 사다리를 탄 그 후보들의 아들 딸이 되고 싶단다. 장관 하겠다며 아버지가 내논 큰 아파트를 하루아침에 증여받고 거기 눌러앉은 부모로부터 월세까지 받는다지 않는가, 학벌철폐를 외치는 이 정부에서 자식을 유학보내는 후보는 또 왜 그렇게 많은지, 미국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던 후보는 딸 둘을 모두 미국에 유학보내고 아들을 유학보낸 또 다른 후보는 포르세다 벤츠다 고급차 사주고 뻔질나게 외유성 출장까지 가 아들을 만났다... 정말 부럽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들의 자식이 되고싶다는 이 슬픈 자조(自嘲)는 분노로 쌓여갈 것이다. 청년들이 반공교육을 받아서, 민주주의 교육을 잘못받아서 현 정부에 등을 돌리겠는가? 대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주었던 젊은세대들이 등을 돌렸다고 보수화라는 이중가면을 씌우고 죄의식을 각성시키지만 청년들은 당당한 이성과 인격으로 이시대를 상징하는 페르소나(persona)다. 청문회는 미래의 주역 청년들이 오늘의 정치를 보는 창(窓)이었다. 청년의 눈물을 닦아주고 청년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면 국가의 미래도 없다. 

 

이 정부가 겪고 있는 신뢰의 위기가 심각한것은 ‘도덕적우월성’,‘폐쇄적 집단사고’의 덫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DNA엔 오류의 인자가 없다고 말하며 스스로는 불륜에 눈감는다. 코드인사는 되려 오류의 인자를 키운다. 비전문가로 외교관료가 채워지면서 황당한 사고의 연발이다. 발틱국가를 발칸 국가라고 외교부 홈 페이지에 올리고, 인도네시아 인사말을 말레지아 대통령에게 하고  관련국의 항의를 받고 국가의 위신까지 흔든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말에 신뢰가 흔들리는건 곧 바로 국정의 위기를 부른다. 오늘 대통령이 한말이 곧바로 내일 통계치로 뒤집히는 사례가 반복된다. 견실한 경제회복의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거나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90%이상 나타나고 있다거나 물들어 올때 노저으라는 그런 말들이 대통령의 판단으로만 나온 것일까? 누가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느냐는 걱정들이 나온다, 갇힌 진실, 가려진 리더쉽, <복면의 정치>를 거둬야 한다. 내로남불이라는 <가면의 유희>를 끝내야 한다. 지금은 국민이 기대하는 촛불정부의 본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복면은 진실을 가장한다. 부끄러움을 감춘다. 때로는 상대를 두렵게 하기에 복면이란 무기를 던지면 안된다는 유혹에 빠진다. 그러나 가면이 벗겨지면 더 충격적으로 그 실체와 진실이 드러나는 것이 복면의 역설이다.

 

한 지상파 프로의 복면가왕이 인기다. 당초 복면쓰고 하는 노래를 누가 듣겠냐며 제작자가 이 프로를 방송국에 팔아보려고 전전했다는데 지금은 국내의 인기를 넘어 그 포맷(THE MASKED SINGER)이 미국에 까지 수출돼 매회 천만 시청자를 몰고 다니는 대박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복면가왕은 반전의 예술이다. 얼굴을 가림으로써 더 겁 없이 진실한 노래가 나온다. 심사위원과 관객들도 얼굴이 예쁜지 그가 누군지, 선입견과 편견없이 더 진실하게 그의 노래만을 평가한다. 가면을 벗었을때 흥분과 탄성은 최고조에 달한다. 모든 이에게 기회가 열려있는 리그다. 평등과 공정의 무대다. 그래서 모두가 사랑하고 박수를 보내는 복면의 미학(美學)이다. 

 

문재인 정부의 그런 반전을 기대한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서 대통령과 촛불정부가 박수받을수 있는 시간은 아직도 충분하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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