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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感覺感想> 문맹률, 문해율, 그리고 문무시율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10월25일 17시50분
  • 최종수정 2018년10월25일 17시08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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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문맹률(文盲率)은 2% 수준이라고 하니 글을 못 읽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이는 세계 어디에 내어놓아도 떳떳한 수준임은 물론이다. 그런데 지난 5월부터 6월 초에 걸쳐 EBS가 20부 작 보도특집으로 방영한 <한글 교육의 불편한 진실>에 의하면 ‘글씨는 읽지만 그 뜻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율’을 의미하는 문해율(文解率)은 OECD국가들 평균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라고 하고, 이들의 학업 성취도가 낮아서 교육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걱정되는 일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심한 ‘글을 읽고 그 글의 뜻을 이해하면서도 그 글을 완전히 무시해 버리는’ ‘문무시율(文無視率)’ (필자가 만든 용어임)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현대판 문맹률이라고 부를 수 있을 문무시율 수준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지고 있어 두려울 정도이다.

 

몇 년 전부터 정부가 ‘우측보행’을 강조하기 시작하면서 지하철역, 횡단보도, 공원 산책길 등 모든 곳에 이 표시들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그런데 얼마나 지켜질까? 제법 지켜지는 곳도 있지만 습관 때문에 우측보행을 하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특히 들은 바로는 압구정역이 그 대표적인 곳이라 한다. 나는 동네 근처 작은 천(川)을 따라 나 있는 산책길을 걷다가 반대편에서 고집스럽게 좌측보행을 하고 오는 사람을 보면 그 자리에 딱 멈추곤 한다. 살짝 놀란 상대방이 우측보행 쪽으로 지나가고 나면 내 마음도 불편해지긴 하지만.

 

아파트 단지마다 화단 쪽 주차공간에는 흔히 ‘후면주차 금지’라는 글이 쓰여 있다. 꽃과 나무를 보호하려는 의도이리라. 그러나 동네 주민들부터 그 글은 완전히 무시당해 버리고, 그 글을 써 붙인 관리사무소도 바로잡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 글을 써 붙인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완전히 무시하고 사는 셈이다. 공공기관이나 큰 건물에 써 놓은 ‘경차 주차’ 표시 공간을 다른 차들이 차지하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건물에 따라서는 그 표시 공간을 건물주나 관리인들의 전유물로 활용하고 있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가장 가슴 아픈 ‘문무시율’ 케이스는 요즘 한창 눈길을 끌고 있는 지하철 객차 좌석들 끝에 표시되어 있는 ‘임산부석’인 것 같다. 누구나 알 듯 점점 낮아지는 출산율 문제를 해결하려는 고육책의 일환이다. 눈에 잘 띄라고 선명한 핑크색으로 임산부 표시까지 해둔 자리가 다른 사람들에 점유된 모습을 보면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나이 많은 노인이라면 몰라도 종종 젊은이들이 털썩 앉아 버리면 참으로 가슴이 저려온다. 나이를 먹어가는 증거라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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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10월25일 17시50분
  • 최종수정 2018년10월25일 17시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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