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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책, 경쟁과 이윤추구 誘因 강화해야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2월25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02월25일 12시17분

작성자

  • 신성환
  •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前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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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금융은 지속적 경제발전을 위한 필요조건

 

금융의 핵심적 역할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다. 즉 자금의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효과적 자금중개를 통해 자금이 부가가치가 높은 실물 부문으로 흘러들어가게 하여 경제 구성원의 효용을 증가시키고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신용위험, 시장위험, 유동성 위험, 운영위험 등 여러 가지 위험이 발생한다. 금융이 발전한다는 것은 이러한 위험을 관리하는 능력이 제고되어 자금중개가 원활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자금중개의 형태는 독일이나 프랑스와 같이 은행 등 금융기관 위주의 간접금융 형태가 될 수도 있고, 영국이나 미국과 같이 자본시장 중심의 직접금융 형태가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간접금융에서 직접금융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기 시작했고, 이 추세는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으로 관치금융의 정도가 심했던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할 때 직접금융 쪽으로의 무게중심 이동은 바람직한 추세이다. 

     

 외형 중심으로 성장하는 국내 금융

 

우리나라 금융회사의 총 자산은 2004년 1,580조 원에서 2016년 4,969조 원으로 12년 만에 세 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국내 명목 GDP가 876조 원에서 1,574조 원으로 증가한 것에 비추어 볼 때 국내 금융의 외형은 비교적 빠르게 증가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동 기간 가계부채 등 부채의 증가에 상당부분 기인한다. 반면 GDP 대비 금융의 부가가치 비율은 2012년 6.4%에서 2016년 4.9%로 하락하였고, GDP 성장에 금융이 기여하는 정도도 2007년 0.6%p에서 2016년 0.1%p로 하락하였다. 물론 이러한 추세의 상당 부분은 금리하락으로 인한 금융자산의 수익 감소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일반은행의 총자산이익률(ROA)이 2004년 0.89%에서 2017년 0.50%로 하락했다는 것을 감안할 때 금융이 경제발전 속도를 쫓아가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여 진다. 

 

차별화되고 있지 못한 국내 금융

 

국내 금융회사들은 상당히 동질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는 금융회사 주가의 상관계수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는데 국내 금융회사 중 가장 대표적인 KB금융과 신한금융지주 간의 최근 10년 수익률 상관계수는 0.77 로 추정된다. 또 다른 대표적 규제 산업인 통신산업에서의 SK텔레콤과 KT 간의 수익률 상관계수가 0.5 수준으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금융회사들의 동질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이처럼 차별화되지 못한 것은 아마도 금융당국의 과도한 금융회사 보호 때문일 것이다.  

 

금융규제의 네 軸 : 금융시장안정, 금융소비자보호, 금융시장 경쟁촉진, 유인부합

 

(금융시장안정, 금융소비자보호) 금융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다른 산업과는 달리 금융당국이 별도로 존재하는 이유도 금융이 규제산업이기 때문이다. 규제의 이유는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이다. 즉 금융은 실물경제에 대한 막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원활한 경제운용을 위해서는 금융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정보의 비대칭, 지식의 비대칭 문제로 금융소비자가 금융거래로부터 피해를 입기 쉽다. 뿐만 아니라 이 피해는 상당한 시차를 두고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금융거래는 도덕적 해이 가능성에도 상당히 노출된다. 강력한 금융소비자보호가 필요한 이유이다. 

 

(금융시장 경쟁촉진) 위에서 언급한 금융시장안정과 금융소비자보호가 금융의 부작용을 억제하기 위한 규제라고 한다면 금융규제정책의 나머지 두 축은 금융이 본연의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금융시장의 필요조건이다. 금융소비자의 이익은 금융시장에서의 경쟁에 의해 가장 잘 보호된다. 경쟁은 금융서비스의 가격을 낮추고 보다 다양한 양질의 차별화된 금융서비스에 대한 노력을 유도한다. 영국의 금융규제당국인 FCA(Financial Conduct Authority)는 매년 금융시장에서의 경쟁환경을 분석·평가하는 경쟁보고서를 작성하는데 2017/2018 보고서 서론은 경쟁에 대한 영국 금융당국의 입장을 잘 나타낸다. 

 

When competition works well it benefits both consumers and society. Strong competition leads to good outcomes for consumers and improves economic growth. ...(중략) In addition to our competition objective, we also have a duty to ensure we promote competition in the interests of consumers, so far as is compatible with meeting our consumer protection and market integrity objectives . This means that where we are furthering those objectives we must pick the most pro-competitive way to enhance market integrity or protect consumers ...(후략)” 

 

(유인부합) 경쟁과 함께 금융시장에서의 혁신을 유도하는 중요한 요인은 금융서비스 공급자의 이익추구에 대한 유인이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시장에서 경쟁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금융서비스 가격을 직접 통제하거나 금융서비스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통제하는 형태의 규제는 혁신에 대한 유인을 감소시켜 결국은 금융소비자의 이익을 저해하게 된다. 

 

금융정책의 핵심은 올바른 금융규제

 

금융정책의 핵심은 앞에서 언급한 네 개의 축이 최대한 견고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금융규제정책이다.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나 혁신은 금융당국이 올바른 규제를 시행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이지 산업정책을 통해서 이룰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경쟁은 촉진시키면서 금융시장의 안정을 꾀하는 일이나, 금융회사의 이익에 대한 유인은 유지하면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일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과거 ‘과당경쟁’, ‘업권별 형평성’과 같은 경쟁제한적 용어가 수시로 사용되었던 점을 감안할 때 금융규제가 충분한 전문성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금융정책에 대한 성과평가 강화 필요

 

금융정책의 틀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금융정책에 대한 성과평가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국의 FCA는 금융시장의 (잠재적)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조사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대안을 선정하여 시행한 후, 효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프로세스를 갖고 있다. 우리도 금융정책의 수립 단계부터 정책효과를 언제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에 대한 평가방안을 같이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래야만 금융정책의 목표가 분명해지고 금융정책이 시장의 경쟁도나 유인부합성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고려가 균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금융규제 방식을 네거티브 규제, 원칙중심 규제, 위험중심 규제로 전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나 현재의 금융관련 제도적 환경 및 감독 인프라를 고려할 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진다. 

 

경쟁 촉진적 유인 부합적 금융정책만이 국내 금융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방법

 

금융은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규제의 틀이 어떻게 주어지느냐에 따라 금융이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할 수도 있고 현재 상태에 머무를 수도 있다. 국내 금융이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유효경쟁이 일어날 수 있는 금융시장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처럼 모험투자, 혁신 등 금융당국이 원하는 모든 것이 결국은 금융회사의 노력과 결정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당국이 모든 역량을 금융규제에 집중하여 경쟁촉진적 유인부합적 금융환경을 조성해주는 것만이 국내 금융이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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